내구제 [이기수 칼럼]주류의 교체, 그 무거움에 대하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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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길중 댓글 0건 조회 10회 작성일 25-06-24 20:42본문
이재명표 국무회의는 즉문즉답 토론으로 바뀌었다. 장관 뒤에 실무자 배석하게 하고, 어떤 발상·의견도 달라고 대통령 휴대폰 번호를 알렸다. 김밥 먹으며 220분 한 첫 국무회의, 그 긴장·치열함이 공직사회를 강타했다. 그날로부터다. 내란·김건희·채 해병 특검이 출범했다. 남북 접경지 확성기가 멈췄고, 30조 추경안이 시동 걸었다. 주가는 3000을 찍고, 어젠 ‘불통의 요새’ 한남동 관저에서 대통령과 여야가 마주 앉았다. 6·3 대선 후 3주, 내란 터졌던 나라에 새 리더십 서고, 대한민국은 격동을 시작했다.
대비된다. 앞 대통령 윤석열의 취임 첫날 밤은 신라호텔 축하파티로 요란했다.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대통령을) 처음 해봐서…” 핑계 대고, “법조인이 폭넓게 진출하는 게 법치국가”라 허튼소리 하고, 노동부 장관이 발표한 52시간제 개편안을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뭉갰다. “목 칼칼하지 않아?” 국무회의 전날 저녁 장차관·참모 예비회의가 한 시간을 넘어가면 곧잘 그 자리서 폭탄주 돌고, 야밤에 술 먹다 개인 폰으로 여기저기 전화하고, 해외 순방 전용기에서도 사람 불러 잔을 부딪쳤다. 다 배석자·통화자·목격자가 전한 말이다. 그러다 윤석열은 집권 50일에 국정지지율 데드크로스(부정>긍정)를 맞았다. 굳이 글로 더 쓸 일이 많겠냐 싶지만, 저잣거리 밥상에 오른 권력의 첫 3주 풍경이 너무 다르다. 윤석열은 ‘술’로, 이재명은 ‘일’로.
‘주류의 교체, 그 무거움에 대하여.’ 더불어민주당이 압승(180석)한 2020년 4·15 총선 직후 쓴 글이다. 총선(2016년)-대선(2017년)-지방선거(2018년) 후 전국선거 4연승하고, 서울도 올 대선처럼 강남3구·용산 빼고 다 이겼을 때다. 총선 지역구로 환산하면, 이번 대선도 국민의힘(99석)은 더 패퇴했다. 그 경고 받고도 저리 갈팡질팡 자중지란이다. ‘46% 대 21%’(한국갤럽). 대선 열흘 뒤 정당지지율은 행정·입법권을 다시 쥔 민주당이 압도한다. 민주당은 또 한번 3연승을 꿈꿀 게다. 보수도 필사적 출구를 찾을 내년 6·3 지방선거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최고 득표율을 찍은 PK·강원, 두 보수야당에 밀린 청년(18~34세) 남성 쟁투가 볼만해졌다.
그 갤럽 조사에서, 성인 70%가 이 대통령이 잘할 거라 봤다. 영남보수·강남보수·청년보수의 기대·관망도 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퇴임할 때 더 높은 지지율”을 받고 싶다 했다. 대선 득표율(49.4%)보다 높으면 과반이어야 한다. 그 숫자는 ‘중도보수’ ‘실용’ ‘회복과 성장’ ‘국민주권’ 기치 든 이재명의 길이 정치·역사의 주류가 된다는 뜻이다. 그의 취임사 속 ‘모두의 대통령’이 되는 길이다.
하나, 선거 승자의 정국 주도권은 다음 큰 선거까지다. 눈앞엔 급히 끄고 미리 채비할 ‘세 불씨’가 보인다. 먼저, 인사다. 일머리·충직함 우선한다는 이 대통령 용인술은 ‘민정수석 낙마’로 시험대에 섰다. 실기하면, 공급·대출·인허가·세금을 아우른 종합처방이 없으면, 19주 연속 오른 서울 집값도 큰불 된다. 권력의 5년 여정엔 호루라기 부는 ‘레드팀’도 있어야 한다. 순혈의 조직문화는 침묵하고 오판할 수 있다. 대통령은 특별감찰관 뽑고, 직언하는 이 챙기고, 국정원·경찰도 함께 뛸 인사검증팀을 존중해야 한다. 쓴소리를 가까이해야, 유비무환해야, 대통령은 멀리 큰길로 갈 수 있다.
내란은 해 가기 전 특검이 단죄할 게다. 세 특검은 묶여 있다. 입구가 김건희고, 종착점은 윤석열이다. 그걸 넘어, 힘 뺀 검찰과 군을 개혁하고, 민생·민주주의·평화를 되살려야 한다. 또 그걸 넘어 비상벨 울린 AI·재생에너지, 기후·인구·지역과 청년의 길을 찾아야 한다. 연금·정년·의료·공정시장의 백년대계 짜고, 낡고 좁은 헌법을 고쳐야 한다. 이 모든 걸 주도한 정치, 일군 세력이 이제 이 땅의 주류가 된다.
대통령(大統領)은 크게 통합(統合)하고 통치(統治)하는 자리다. 그걸 말과 인사와 예산으로 한다. 이 대통령은 통합은 “유능함의 결과”라 했고, 정치는 “여야의 잘하기 경쟁”이길 바랐다. 달리, 왕도가 있을 리 없다. 글 제목에 ‘무거움’ 석 자를 붙인 건 2000년 총선 후 ‘주류의 교체’, 2024년 8월 휴가를 떠나는 윤석열의 ‘대통령다움’을 논할 때였다. 그 때 두 글의 맺음말로 또 맺는다. “겸손하고 정직하고 협치하는 권력만이 큰 국정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오가와 사야카 지음 | 지비원 옮김갈라파고스 | 296쪽 | 1만8500원
청킹맨션은 홍콩 침사추이 중심가에 있는 오래된 주상복합 건물이다. 영화 <중경삼림>의 제목을 이 건물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인류학자 오가와 사야카는 2016년 홍콩중문대학에서 객원교수 생활을 하면서 청킹맨션에 짐을 풀었다. 홍콩 내 탄자니아인들의 공동체를 관찰하고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홍콩 내 탄자니아인들의 대부분은 불법 체류자나 난민이다. 홍콩에서 불법체류자나 난민이 번듯한 일자리를 찾기는 어렵다. 대부분이 중고차 교역부터 행상, 노점 등 불안정한 일자리에 종사한다. 신분과 직업이 불안정하지만 이들은 ‘조합’을 꾸려 서로를 돕는다.
이들이 서로를 돕는 방식은 꽉 짜인 자본주의 논리에만 익숙한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조합을 굴러가게 만드는 것은 ‘겸사겸사’의 논리다.
“홍콩에 난민으로 거주하는 탄자니아인은 모국에 있는 가족에게 줄 물건을 마침 귀국하는 교역인에게 맡기고 그 교역인은 ‘겸사겸사’ 전달한다. 자금이 없어 홍콩에 건너오지 못하는 사람은 교역인에게 캐리어의 남는 공간만큼 자신의 상품도 ‘겸사겸사’ 구매해 달라고 부탁한다. 누구나 ‘무리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기에 이 상호 부조는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 과도한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다.”
책은 ‘준 만큼 받는다는 확신’이 없이는 상대방과 호혜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는 자본주의적 인간 관계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면서 “능력, 자질, 선악의 기준, 인간성이 다른 사람들과 가능한 한 많이 느슨하게 연결되고 타자의 다양성이 만들어내는 ‘우발적인 응답’의 가능성에 베팅”해보라고 권한다.
“제가 13년 동안 연주 생활을 하면서 손에 꼽는 연주가 다섯 번 정도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에사 페카 살로넨과 함께 한 연주였고 그 기억은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2012년 한국인 최초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관악 파트 정단원이 된 플루티스트 손유빈(40)은 오는 살로넨은 뉴욕필 단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객원 지휘자 중 한 명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살로넨은 뉴욕필을 여러 차례 객원 지휘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사임한다.
뉴욕필은 오는 26일 아트센터인천과 27~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살로넨의 지휘로 베토벤 교향곡 3번과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뉴욕필 내한 공연은 11년 만이다.
손유빈은 23일 e메일 인터뷰에서 “베토벤 교향곡 3번은 저희가 거의 매년 혹은 2년에 한번씩 연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여러 지휘자와 함께 하면서 여러 스타일을 경험했는데, 살로넨은 스포츠카를 운전하듯 굉장히 박력 있고 유연하게 곡을 이끌어가는 느낌이어서 저도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관객들도 충분히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26일과 27일 공연에선 거장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이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을 뉴욕필과 협연한다. 손유빈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은 굉장히 따뜻한 분위기”라며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대화를 주고받는 듯한 음악적인 요소가 많아 듣기에도 굉장히 편안하고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메르만은 저도 이번에 처음으로 함께 연주하게 돼 정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28일에는 환상교향곡과 함께 라벨의 ‘어미 거위 모음곡’과 드뷔시의 ‘바다’를 연주한다. 모두 프랑스 작곡가들의 작품이다. 손유빈은 “다양한 프랑스 음악의 스타일을 한 무대에서 모두 접할 수 있어 정말 흥미롭고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손유빈은 미국의 커티스 음악원, 예일대 음대, 맨해튼 음대를 거쳐 뉴 헤이븐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모스틀리 모차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했다.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로 유명한 작곡가 손석우의 손녀다.
손유빈은 최근 뉴욕필 오케스트라 단원 오디션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면서 아지고 뉴욕필 일원이라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악기의 경우 35년 동안 계시던 분이 은퇴하면서 생긴 자리라, 35년 만에 나온 기회였어요. 제가 당시 뉴욕에 학생으로 있었는데, 그 시기에 자리가 난 것도 신기했고 몇백 명이 지원하는데 세 번의 오디션을 통과해 들어왔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손유빈은 “첫 한국 공연은 11년 전이었고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때는 제가 입단한지 얼마 안 된 새 멤버여서 정신도 없었고 분위기도 지금과는 조금 달랐다”면서 “이번에는 조금 더 중견 멤버로서 참여하게 돼 더 자랑스럽고 감회가 새로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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