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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하는 생활]사포로 슥슥 문질러 들기름 코팅…나무 식기의 빛나는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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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길중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5-06-3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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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제아무리 무던해 보이려 애써도 ‘유난하다’는 평가를 듣는 지점이 한두 개쯤 생긴다. 나에게도 그런 면이 있다. 금속 그릇에 금속 수저를 쓰는 식당에 가면 싫은 티를 내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먹는다. 금속끼리 부딪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양 팔뚝에 소름이 돋고 머리 가죽이 쭈뼛 서지만, 어디까지나 내 사정이다. 그런 연유로, 집에서 식사할 때는 나무 수저를 쓴다. 나머지 밥주걱, 뒤집개, 볶음용 주걱 같은 주방 도구도 대부분 원목 소재다. 스테인리스 소재로 된 것은 국자나 칼, 채칼 정도이다. 스테인리스에 비하면 관리가 귀찮지만 불만은 없다. 금속 맛도, 소리도 없는 편안한 식사에 그저 고마울 뿐이다.
나무 식기는 사용 후 즉시 씻는다. 천연 수세미를 사용하면 나무를 긁지 않고 부드럽게 세척할 수 있다. 소독은 식초 섞은 물에 몇분 담갔다 헹구는 것으로 족하다. 끓인 물을 부어 소독하는 것은 나뭇결이 뒤틀려 수명을 단축할 수 있어 지양한다. 씻은 식기는 바람이 통하는 체망에 펼쳐서 건조한다.
흠집이 많은 나무 식기는 수리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사포로 갈아 매끈하게 만들고, 생들기름을 발라 코팅해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150방 이하 거친 사포를 손에 맞게 잘라 식기의 흠집이 사라질 때까지 문지른다. 가장자리 부분의 손상이 심하다면 사포를 바닥에 놓고 힘주는 손에 식기를 쥐어 문지르는 편이 수월하다. 작업할 때 사포 뒤에 청테이프를 바르면 종이 사포라도 잘 찢어지지 않고 작업대에서 미끄러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흠집을 없앴다면 고운 사포를 사용해 일어난 표면을 다듬는다. 2차로 중간 단계의 사포(220방 정도)를 쓴 후, 400방으로 마무리하면 제법 매끈한 표면을 얻을 수 있다. 심하게 상한 경우에는 카빙 나이프나 전동 조각기의 힘을 빌리기도 하지만, 역시 마무리는 사포로 해야 제맛이다.
깨끗한 천 조각에 생들기름을 찍어 나무에 고루 바른다. 플라스틱 성분이 섞인 천은 마찰로 인해 미세플라스틱이 남을 수 있어 면이나 리넨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기름을 바를수록 나무의 색은 깊어진다. 아무리 저렴한 식기라도 사포질하고 기름을 먹인 것은 빛이 다르다. 조각 전문가가 직접 깎아 만든 식기처럼 고풍스러운 멋이 깃든다. 흡수되지 않은 기름을 천으로 가볍게 닦아내고 하루 두었다가, 다음날 두 번째로 기름을 먹여 건조하면 수리는 끝이다. 정기적으로 기름을 먹이면 식기의 내구성이 높아진다는데, 나는 부지런하지 못해서 흠집이 눈에 띌 때에야 수리를 한다.
‘그냥 편하게 금속 수저를 쓰지 그래’라고 말하고 싶은 지인들의 속내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일상에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먹는 일’만큼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편안히 즐기고 싶다. 수고스럽지만, 이런 수고는 달갑기도 하다. 나를 먹이는 식기를 직접 돌보고 관리하면서 삶에 대한 애정을 되새긴다. 기호와 불편을 감출 필요 없는 집에서의 일상이, 눈치 보는 바깥의 나를 다독인다. 이곳에서는 얼마든지 유난스러워도 괜찮다고.
■ 영화 ■ 히든 피겨스(OCN 무비즈2 오전 8시40분) =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 머큐리 계획에 세 사람이 선발된다. 천부적 수학 능력을 지닌 캐서린, NASA 흑인 여성들의 리더이자 프로그래머인 도로시, 흑인 여성 최초의 NASA 엔지니어를 꿈꾸는 메리. 그러나 이들은 흑인 여성이라는 이유로 업무 및 휴식 환경에 큰 제한을 받는다. 강인한 용기로 편견에 맞선 세 여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 예능 ■ 히든 아이(MBC 에브리원 오후 7시40분) = 흉기 난동 범죄가 자주 발생해 사회적 심각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몽키스패너로 지인을 무차별 폭행한 남성, 일면식도 없는 상대방을 흉기로 찌른 남성 등이 저지른 난동 사건을 파헤친다. 경찰의 흉기 난동 진압 과정에서 일어난 실탄 발포에 대한 논란도 조명한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발생한 기상천외한 범죄 현장들도 살펴본다.
내란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오는 28일 소환조사를 통보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27일 “특검과 출입방식이 협의되지 않아도 내일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지하주차장을 통한 비공개 소환조사를 원했지만 특검이 특혜로 비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으며 대치하자 일단 28일 소환에는 응할 뜻을 밝힌 것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조사에 동행할 변호인으로 김홍일·송진호·채명성 등 세 변호사가 입회하기로 했다고도 전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지하주차장 출입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오는 28일 조은석 내란 특검팀 출석 요구에 응하기로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전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같이 밝혔다.
내란 특검팀은 지난 25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오는 28일 오전 9시 서울고검 청사에 있는 특검 사무실로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요구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조사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외부에 노출되는 것만 막아달라며 지하 주차장으로 출입하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특검 측은 특혜로 비칠 수 있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사 시각을 오전 10시로 1시간 늦춰달라는 요구는 수용했다.
양측의 입장차로 인해 28일 조사가 예정대로 이뤄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은 일단 예정된 시각에 고검 청사로 출석해 현장에서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비상구에 이르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문을 통과해야 했다. 문제는 그 문이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ID카드나 지문 인식 없이는 열 수 없는 보안문이었다는 점이다. 접근 권한은 정규 사무직에게만 주어졌고 일용직으로 파견된 이주노동자들에겐 권한이 없었다.”
지난 24일 1주기를 맞아 발간된 아리셀 화재참사 분석 보고서 ‘눈물까지 통역해달라’에 적힌 내용입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경기도 전지공장 화재 조사 및 회복 자문위원회는 사망자 대부분이 비정규직, 이주노동자였던 이유 중 하나로 비상구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비상구로 탈출할 수 없었던 희생자들은 대부분 출구 반대편 창문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참사 당시 닫혀 있던 문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의미합니다. 오늘 점선면은 아리셀 참사를 통해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체화하는지, 구조화된 차별이 얼마나 약자들을 생명이 위협받는 공간으로 내몰고 방치하는지를 짚어봅니다.
2024년 6월24일 오전 10시30분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3동 2층의 리튬배터리 상자 한 곳에서 불꽃이 튀기 시작했습니다. 연기가 피어오르자 노동자들은 제품 상자를 맨손으로 옮기고 분말 소화기로 불을 끄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몇 차례 작은 폭발이 이어졌고, 연기는 점차 커져 이내 작업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첫 발화 후 고작 42초 만이었습니다.
이 화재로 노동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당시 2층에는 총 43명의 노동자가 근무 중이었는데요. 정규직 20명 중 3명(15%)이, 비정규직 23명 중 20명(95%)이 사망했습니다. 국적별로는 한국 국적 23명 중 5명(귀화 1명 포함)이, 외국 국적 20명 중 18명(중국 17명, 라오스 1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희생자 23명 중 여성은 17명(74%)입니다.
참사 이후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는 지난해 9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지만 지난 2월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아리셀 측은 리튬 배터리는 위험물질로 미지정돼있고 비상 출입구 설치 의무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유족들은 1주기를 맞아 박순관 대표와 아들 박중언 아리셀 운영총괄본부장을 엄중 처벌할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했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 왜 그들은 모두 출구가 아닌 방향으로 향했을까.”(‘눈물까지 통역해달라’ 중에서)
지난해 8월 경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골든타임’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아리셀 측이 일용직 파견 노동자에게 안전교육을 하고, 리튬전지 폭발 뒤 대피를 안내했다면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죠. 실제로 한 정규직 노동자는 화재가 발생하자 발화지점 쪽의 출구 대신 다른 방향의 비상구로 향해 지문을 찍은 뒤 탈출했습니다. 이 노동자를 따라간 파견 노동자 2명도 목숨을 건졌습니다. 살아남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안전)교육을 받지 못해 비상구 위치를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왜 비정규직·이주노동자들은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을까요? 안전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배경에는 업체의 안전관리·감독 책임을 약화하는 불법 파견 구조가 있습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제조업의 생산공정 업무에 원칙적으로 파견을 금지하는데 아리셀은 메이셀이라는 업체로부터 이주노동자를 파견받았습니다. 메이셀은 아리셀에 인력 공급만 한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노무 관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원청은 안전 관리 책임을 파견업체에 떠넘기고, 인력 공급 업체에 불과한 파견업체는 안전 교육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불법 고용·파견 구조는 이주노동자들의 불안정한 신분을 이용하려는 업체들의 꼼수에서 생겨납니다. 아리셀 참사의 희생자 중 11명도 단순노무직 취업이 허용되지 않는 재외동포(F-4) 비자 소지자였는데요. 김태윤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자기들이 일을 시켜놓고 이제 와 불법을 운운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산업현장에서는 국내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3D 업종 노동의 대부분을 이주노동자들에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 속 이주노동자의 사망사고 비율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2022년 국내 전체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874명) 중 이주노동자 비율은 9.2%(85명)였고, 2023년에는 812명 중 10.4%(85명), 2024년에는 827명 중 12.3%(102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올해는 1분기 기준 전체 사망자의 14.6%(20명)가 이주노동자입니다.
정부는 참사 대책으로 지난해 8월13일 모든 이주노동자가 비자 종류와 관계없이 최소 한 번 이상은 기초 안전보건교육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9월10일에는 고위험 사업장 관리 강화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1주기를 앞둔 지난 23일 민주노총은 “8월 발표 대책은 80% 이상이 기존에 발표했던 재탕, 맹탕 대책이고 이주노동자 안전강화 사업장 지원은 3개 사업장, 소화설비 및 경보대피시설 지원 26개 사업장에 그쳤다”고 지적했습니다.
아리셀 참사 희생자 중 여성 비율이 74%에 달했다는 점도 지나쳐선 안 될 문제입니다. 여성 희생자가 많았던 이유는 공장에서 배터리 검수와 포장 업무를 맡은 것이 주로 여성 이주노동자들이었기 때문인데요. 여성 이주노동자를 연구해온 한 학자는 “여성 이주노동자는 서비스업에서 많이 일하기는 하지만 제조업에서도 상당 부분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에서 여성 이주노동자의 지위는 남성보다 더 불안정하고 열악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6년 제조업 분야 여성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의하면, 여성은 임시·일용근로자 비율이 48.2%로 남성(29.2%)보다 높았고, 상용근로자 비율은 45.7%로 남성(67.2%)보다 낮았습니다. 여성은 꼼꼼하게 일하지만 낮은 임금을 줄 수 있다는 현장의 통념 때문에 전기·전자나 화학물질을 다루는 중소영세 사업장에 여성 노동자가 많다고 합니다. 생산 설비부터 작업 도구까지 남성을 기준으로 설계되는 제조업 공장에서 여성에 맞춰진 안전교육은 부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이주민 차별·혐오 정서는 참사를 공론화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아리셀 화재참사로 딸을 잃은 재외동포 이순희씨는 지난해 7월 화성시청 앞 분향소 앞에서 “세금 축내지 말고 나가라”는 화성시 통장·이장협의회의 반발을 마주했던 것을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한국 법, 한국말 모르는데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 달라고 소리쳤어요. 우리도 몸에 피가 흐르는 사람이에요. 한국인과 똑같은 사람이라고요.”
유족들의 통역을 전담했던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장은 1주기 보고서에서 “이주민의 정당한 요구는 ‘세금은 내고 말하냐’, ‘한국이 싫으면 니네(너희) 나라로 돌아가’ 식의 비난에 가로막힌다”고 말합니다. 이주민을 막무가내식으로 배제하는 언어들이 참사와 관련된 건설적인 논의를 막고 있다는 겁니다. 희생자들이 이주노동자이기 이전에 올가을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이자 집에 손 벌리지 않으려던 23살 평범한 청년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말이죠.
보고서 속 도면을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갈 수 없었던 출구 너머에는 연구·개발실이 있었습니다. 열리지 않는 문은 벽과 다를 바 없습니다. 여성·이주노동자들은 위태로운 산업현장으로 내몰리고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다시 차별을 마주해야 했던 셈입니다. 이제는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사회의 가장 약한 이들에게도 열려 있는 안전망이 갖춰지길 바라봅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주 3회(월·수·금)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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